칼럼/프리뷰/리뷰 상무 축구단도 프로팀입니다
- 안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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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축구단은 프로팀입니다'
이 문장은 재미있다. 한 글자만 바꾸면 틀린 문장이 된다. '상무 야구단은 프로팀입니다', '상무 농구단은 프로팀입니다'는 거짓말이다. 이들은 프로팀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으며, 각 종목의 프로 2군 리그 격인 KBO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와 KBL D리그에 참가한다. 그나마 상무 배구단이 과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에 초청팀으로 참여한 과거가 있고 프리시즌 프로 컵대회나 실업배구 대회 같은 정식 대회에 참가하기는 하지만, 이쪽도 프로팀은 아니다. 축구단을 제외한 타 종목의 상무 선수단은 프로선수 및 팀의 참여가 불가능한 전국체전에 참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국군체육부대가 존재하는 전 종목을 통틀어 정식으로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구단은 축구단밖에 없다. 상무 축구단은 프로팀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왜 타 종목의 예시까지 들어가며 설명하냐고? 상무 축구단에게 프로리그 참가 자격을 주고 연고지를 쥐어줘가며 프로팀으로서의 입지를 갖추게 한 프로축구연맹이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프로팀의 승격을 제한한다고?
상무 축구단의 선수는 프로 선수다.
오늘 아침, 평소처럼 포털사이트 스포츠 탭의 축구 기사를 뒤적이다가 의문스러운 제목을 하나 발견했다. 김천 상무의 승격을 곱지 않게 보는 기사였다. '김천 상무도 연고지와 팬이 있는 프로팀이기에 타 프로팀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필자의 평소 생각과 워낙 배치되는 기사다 보니 읽지는 못했다. 헌데 축구 커뮤니티에서 해당 기사의 한 문단을 본 뒤엔 어이가 없어서 링크를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연맹은 장기적으로 상무의 승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닌데다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김천과 상무의 연고 계약이 끝나는 후에는 제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계획이다. 2부리그에 머무는 것을 동의하는 지자체를 찾든지, 아니면 연맹이 직접 상무를 운영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 조 총장은 “아직은 어디까지나 구상 단계이지만 상무의 1부리그 진입을 막는 방향성은 유지할 생각이다. 시기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68&aid=0000795229
과거 V리그 남자부에 참가하던 신협 상무 배구단처럼 초청팀도 아니고, 연맹 스스로가 프로팀으로 끌어들이고 공인한 상무 축구단의 승격을 막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했지만 상무 축구단은 프로팀이다. 연고지가 있고 그 연고지를 통해 상무 축구에 입문한 팬이 있으며 프로팀으로 등록돼 있기에 프로팀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그 권리에는 당연히 2부에서 우수 성적을 거둘 시 1부 승격도 포함된다. 그리고 어떤 타 종목에서도 프로팀으로 운영되지 않는 국군체육부대 팀을 프로팀으로 만든 건 어디까지나 연맹 자신들이다. 물론 '군 팀으로도 연고지 팬을 끌어들이고 프로축구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자'와 같은 순수한 의도로 국군체육부대에 유례가 없는 군프로팀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이 2002 한일월드컵 종료 후 비었던 데다 인천과 대구 같은 타 광역시에 프로 시민구단 창단 붐이 일어 광주광역시가 비난받자, 궁여지책으로 상무 축구단을 유치했다는 건 국내축구 팬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상무 축구단 프로화의 시작은 단지 이해관계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상무의 프로 참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
김천 상무는 한국 프로축구 2부리그 K리그2에 참가하는 프로팀이다.
그러나 연고지가 두 번 바뀌고(공식 기록상으로는 두 번의 해체와 재창단을 반복하고) 광주엔 멀쩡히 시민구단이 들어선 지금에 와서도 이해관계 하나로 구단의 미래를 결정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상무의 승격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아예 승격제한을 걸겠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를 들여다보자.
'2부리그에서 너무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다'
'연고지가 작고 선수단이 계속 바뀌는 군 팀이라 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
'국대급 선수를 현역병 월급으로 쓸어가는 팀이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이야기는 상무가 상주 상무였을 때에도, 안산-아산 무궁화라는 다른 군 팀과 함께 프로리그에 참가했을 때에도 계속해서 나오던 말들이다. 다른 프로팀들 입장에서는 이게 타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논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단과 연맹의 이해관계에 의한 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승격과 흥행은 구단과 연맹이 원하는 것이지, 상무 축구단이 리그에 참가해선 안 되는 타당한 근거라고 볼 수 없다. 우선 승격경쟁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는 올해 결과만 놓고 볼 땐 설득력이 있지만 상무 축구단의 구조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팀은 광주 시절부터 지금까지 육군 군복무 기간을 주기로 선수단이 전원교체되고 K리그 시즌 도중에 전역자가 적잖이 떠나가는 팀이다. 전력이야 각 구단 주전급을 선발했으니 강할지 몰라도, 조직력을 매 해 다시 끌어올려야 하고 시즌 도중에 에이스가 뭉탱이로 팀을 떠나는 상황인데 반드시 압도적이고 못 이길 대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실제 광주와 상주 시절의 상무는 2부리그에 있든 1부리그에 있든 전역자가 순위결정에 가장 중요한 시즌 중후반에 대규모로 생겨 미끄러진 시즌이 적지 않았다. 타 종목 TO를 끌어와 선수단 숫자를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계속되는 선수단 전원교체와 시즌 중 전역까지 없앤 게 아니다. 최근 몇 년간의 상주-김천 상무가 1부리그에서는 파이널A에 진입하고 2부리그에서는 압도적 승점차로 승격에 성공한 건 강력한 선수들보다는 김태완 감독의 공이 커 보인다. 전력은 언제나 수준급이었던 상무가 롤러코스터 생활을 끝내고 호성적을 내는 구단으로 입지를 굳힌 시점이 김 감독 부임 이후이기 때문이다.
흥행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에는 꽤 좋은 반례가 있다.
2019년의 아산 무궁화는 군경팀으로 반 시즌을 보내고 실업축구 및 대학리그 출신 선수와 타 프로팀 임대 및 방출 선수로 구성된 임시 선수단으로 나머지 반 시즌을 보낸 해괴한 팀이었다. 가뜩이나 '흥행에 도움 안 되는' 군경팀인데 시즌이 끝나면 구단은 해체될 예정이었고, 선수단의 연속성은 정상적인 군경팀보다도 떨어졌으며, 전력 또한 마지막 전역자를 보낸 뒤엔 수직하강하며 무승과 연패를 반복했다. 다시 말해 군경팀의 특성을 가졌던데다 일반적인 군경팀보다도 못한 조건에서 시즌을 치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팀은 그 해 사진에 보이는 대로 어지간한 K리그1 팀보다도 많은 관중이 찾아가는 경기를 만들어냈고 평균관중 또한 3,139명으로 수도권 구단이 대부분인 K리그2에서 4위를 차지했다. 군경팀이 흥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상술했듯 1년 6개월이면 모든 선수들이 바뀌는 구단에 팬이 관심을 주기는 일반 프로 구단보다 어렵다. 그러나 그게 넘을 수 없는 벽도 아니다. 1년 6개월도 아니고 반 년이면 모든 선수들이 떠나고 남은 반 년이면 해체될 수도 있는 구단도 프런트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선수단이 연고지에 밀착하며 시민들에게 '우리 동네 팀'이라는 인식을 계속해서 주면 신규 창단으로 이어질 정도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마당에, 김천이든 다음 연고지든 몇 년씩은 있을 상무 축구단이 그걸 못 한다는 보장 또한 없지 않은가.
군경팀의 법인은 해당 구단 연고 지자체 소유다.
상무 축구단에 승격제한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은 없을까. 그것도 아니다. 연고 지자체 입장에서 상무 축구단 유치 및 운영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알아보려면 먼저 상무 축구단의 프로 참가 형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상무 축구단은 국군체육부대 축구단으로서 K리그에 참가하는 게 아니다. 상무 축구단 연고지의 시민구단으로서 참가하는 것이다. 실제 상무 축구단의 프로 법인은 현재 국군체육부대가 아닌 김천시에 있고, 이는 상주 상무와 안산-아산 무궁화 시절에도 그랬다. 군경팀의 프로 법인은 연고지 지자체가 운영하고 국군체육부대와 과거 경찰대학 무궁화체육단은 선수단을 공급하는 주체일 뿐이다. 안산 무궁화가 아산시로, 상주 상무가 김천시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K리그2 우승을 하고도 K리그1 승격에 실패하거나 K리그1 파이널A에 들고도 K리그2로 강등된 이유 또한 이것이다. 말이 연고이전이지 구단 법인이 시에 귀속돼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상주시가 갖고 있던 상주 상무의 해산과 김천시 법인의 김천 상무 출범으로 취급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무 축구단은 클럽 법인을 등록해 줄 연고지가 있어야 K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군경팀을 유치한 연고지 지자체를 되돌아보면 경기장 사용 문제가 끼어 있던 광주광역시, 프로축구단 창단 열망이 컸지만 좌절된 적이 많았던 안산시를 제외하고 3곳은 인구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도시다. 상주시, 아산시, 김천시에 대한 인지도는 모르긴 몰라도 비축구팬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훨씬 높을 것이다. 그들이 '프로축구단'의 연고지기 때문이다. 인구 10만~30만의 도시가 주변 광역권을 넘어 전국에 퍼져있는 특정 집단에게 인지도를 올릴 기회는 흔치 않다. 호성적을 거둬 K리그1에 승격할 시 지상파 뉴스 등에 언급될 기회가 늘어나는 건 덤이다.
그러나 승격이 불가능하게 되면 상무 축구단은 프로팀이라고 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K리그2 1위는 K리그1에 승격하고 2~4위는 플레이오프를 펼쳐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팀을 가린다'는 프로 룰을 적용받지 못하는 구단이 어떻게 프로구단인가? 번외경기를 치르는 초청팀일 뿐이다. 혹 상무 축구단의 경기를 리그 기록에 포함하고 1위 기록 시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겠다고 해도 승격이 불가능한 팀을 '시민 혈세' 들여가며 운영하는 지자체 입장으로 보나, 성과를 내봤자 대가를 얻을 수 없는 연고지 팬들 입장으로 보나, 승격도 못하는 팀과의 경기가 시즌 순위를 좌우할 수도 있는 타 프로팀 입장으로 보나 꼬이는 건 마찬가지다. 따라서 상무 축구단의 승격을 제한하고 K리그2에 '종신'시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생길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운영하겠다고 나설 지자체가 없어서 K리그2에도 못 나서거나, 기껏 연고협약을 했더니 연고지 시민에게는 외면받고 타 팀들이 상무 상대 경기 전적 포함에 관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해 시끄러워지거나. 연맹이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홈경기장 문제나 상무 경기 전적 포함 문제 때문에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승격을 제한하면서 프로리그에 남아있는 게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남지 못할 경우 프로구단들은 소속 선수의 경기감각 하락을 뜬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고, 남을 경우 K리그2의 형식에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군경팀에도 동네 팬은 있는데...
'지난 10년간 팬들과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이렇듯 상무 축구단의 승격 제한 계획에는 우려되는 점과 약점이 많으며, 계획이 실행될 시 좋아질 점이라곤 껏해야 흥행이 걱정되는 연맹과 승격/강등 경쟁을 '공정하게' 치를 수 있을 프로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연맹이 승격제한을 이야기한다는 건 장점이 숱한 단점을 감수할 정도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개 팬과 연맹/구단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상무 축구단의 승격제한이 시행되선 안 될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연고지 팬들의 존재다.
앞서 이야기했던 광주광역시, 상주시, 안산시, 아산시, 김천시에 군경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물론 2년이면 모든 선수가 바뀌고 시즌 중에 이별한 수많은 선수를 더는 우리 팀 선수로 볼 수 없다는 제한이 있어 그 수가 일반적인 팀에 비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군경팀을 '우리 동네 팀'으로 인식하고 애정을 주고 경기를 보러 갔던 광주시민, 상주시민, 안산시민, 아산시민, 김천시민은 있었고 지금도 있다. 모든 원정경기에 찾아갔던 상주의 노부부 팬과 해체를 막아달라며 생업을 던지고 A매치가 열리던 서울월드컵경기장 등지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던 아산 서포터즈를 생각해보자. 그런 사람들이 과거에 있었고 지금도 있기에, 김천시와의 연고 계약이 끝나고 상무 축구단이 가게 될 미래의 또 다른 연고 도시에도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추정을 할 수 있다. 아직 어느 동네에 사는지는 알 수 없는 그들이 '우리 지역의 팀은 우승해도 다른 팀처럼 상위 리그에 갈 수 없습니다'라는, 철저히 본인들을 배제하고 주최자와 다른 참가자들만을 고려해 만들어진 예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른 팀, 다른 동네와의 경쟁으로 재미가 붙는 프로리그에서 경쟁의 이유가 뭉그러진 팀을 지지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연고지 축구팬 개개인이 선택할 문제겠지만 경쟁의 희열을 느끼기 힘든 팀을 지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가뜩이나 팬덤 구축이 쉽지 않은 상무 축구단은 시민을 설득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유치하고 운영할 이유도, 볼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팀이 프로에 잔존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국군체육부대와 연고 지자체가 그렇게 판단한다면 상무 축구단의 메리트인 프로리그에서의 경기감각 유지 또한 사라질 수 있다. 팬을 생각하지 않으면 상무 프로팀의 존립과 기존 구단 및 연맹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팬에 관한 이야기를 굳이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그것이다.
상무 축구단'도' 프로팀입니다
프로팀은 2부리그에서 우승하면 승격할 수 있다. 올해의 김천처럼 말이다.
상무 축구단은 연고지 팬들을 어떻게 끌어올지, 연고 지자체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 김천 상무는 K리그에 속해 있고 김천시와 연고계약이 되어 있는 정식 프로 구단이기 때문이다. 선수단 수급만 빼면 다른 팀들과 똑같다. 그렇기에 부당한 예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K리그에 참가하는 여느 구단이 다 생존을 고민하는 프로팀이듯, 상무 축구단도 프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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